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본문 바로가기
전체 보기

"AI 시대에는 어떠한 인재들이 살아남게 될까?" 《AI마케터가 온다》 이승윤 교수 인터뷰

AI 대전환 시대, 마케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마케터는 대체되고, 어떤 마케터는 생존할 것인가?디지털문화심리학자 이승윤 교수가 제시하는 AI 시대 마케팅의 혁신 전략! Q. 교수님의 신간 《AI마케터가 온다》에서, 앞으로는 AI를 자신의 직업을 없앨 잠재적 ‘파괴자’가 아닌 무한한 창의성을 이끌어주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성장하는 시대, 즉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지닌 사람일까요?AI 시대에는 어떠한 인재들이 살아남게 될까? 책을 쓰면서 계속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질문이었습니다.  2024년 3월, 산업연구원은 보고 서를 통해, AI가 얼마나 빠르게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 인가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AI 노출 지수 (어떤 직업에서 요구되는 세부 업무가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이 수행할 가능성 점수화)를 통해 추정해 본 결과, 국내 전체 일자리 중 13%에 해당는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놀랄만한 숫자입니다. 저희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챗지피티 창업자가 ‘AI가 오늘날 마케팅 에이전시가 하는 일의 95%를 처리할 것이라’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한 마디로 제 자리도 자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 기업들의 AI 활용 상황을 살펴보면, AI가 잘할 수 있는 부문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수집하거나, 반복적·규칙적인인 기반 분석 영역은 아마 빠르게 업무가 대체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란 게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철학 가치 체계를 설계하는 능력 같은 것은, AI로 빠르게 대체되기 힘들겠지요. AI는 데이터 기반 패턴은 잘 찾지만, “이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같은 존재론적 질문에는 좋은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는 창업자의 철학, 조직의 문화·철학·미션과 연결되기에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깊이 있는 수준으로 필요합니다.동시에,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AI를 적극 활용할 때 생기는 엄청난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최근, 인간-AI가 짝을 이룬 팀과, 인간과 인간으로 이뤄진 팀을 무작위 배정해 광고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수행한 실험이, 코넬 대학교에서 시행되었는데, AI와 인간이 팀을 이루면 생산성이 73% 높아졌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쉽게 설명하자면, AI를 적극 활용하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새로운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Q. 마케터가 AI를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바꿔야 하는 사고방식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저는 지금 AI라는 훌륭한 망치를 들고, 인간에게 Pain Point를 만들어내는 못(문제)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AI를 기술적으로 완성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도구를 가지고 어떤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어갈 것인가로 화두가 넘어갈 것으로 봅니다. 과거 AI가 하는 일들이, 효율성 증대와 같은 기능적·생산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면 점차 AI가 감성적이고, 창작적인 분야에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챗지피티로 연예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Match.com과 . 인디애나대학교 킨제이연구소(Kinsey Institute)가 2025년 발표한 연례 조사 ‘Singles in America’에 따르면, 싱글 중 AI를 데이팅에 활용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333%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생성형 AI를 이제 인간 개인의 희로애락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제는 어떤 AI 프로그램이 더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AI를 통해 고객에게 더 차별화된 정서적인 경험을 전달 할 것인가로 게임의 룰이 변해갈 것으로 봅니다. Q. 교수님은 지금 시대를 ‘제로클릭 시대’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소비자들이 웹페이지에서 검색을 하고 추가 클릭을 통해 원하는 결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거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마케터는 어떤 식으로 ‘발견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검색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약 80퍼센트가 검색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의 40퍼센트 가량을 AI의 답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AI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웹사이트의 직접 방문율은 대략 15~25퍼센트 감소했다고 합니다. 제로클릭(Zero-Click), 즉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곧바로 원하는 답변을 얻음으로써, 추가 클릭을 통해 특정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런 시대에 열심히 내 홈사이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AI 친화적인 형태의 콘텐츠 생산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AI와 직접 대화하면서, AI가 선별한 맞춤화된 정보를 취하는 방식으로 검색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에서도 나오지만, 앞으로는 문답형 콘텐츠 최적화 전략을 고려해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Q.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질문을 잘 던져야 좋은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브랜드는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까요?결국 우리는 AI와 대화를 하고 질문하면서 콘텐츠를 접할 것이기에, AI는 질문형 타이틀에 명료한 답변을 제공해 주는 콘텐츠들을 적극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좌표'로 정의하고 학습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브랜드명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고유한 가치'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호출합니다. 이제는 브랜드를 AI가 잘 찾을 수 있도록 디지털 세상의 전략적으로 좌표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자사의 핵심 강점(예: '친환경', '초경량', '가성비')과 관련된 질문-답변 세트, 사실 정보, 고객 리뷰 등을 통일된 단어와 문장으로 정렬하여 AI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브랜드를 인용하도록 학습시키는 시대가 열렸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검색'하여 정보를 찾아 클릭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마케팅의 판도는 ‘검색(Search)’에서 ‘대화(Dialogue)’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콘텐츠는 '발견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여정 속에서 ‘안내되는 경험’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제 책에서는 이를 '대화형 발견(Conversational Discovery)'이라는 핵심 가치로 제시합니다.Q. 교수님은 디지털전환시대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고객경험여정’을 꼽으셨습니다. AI가 이 고객경험여정의 많은 단계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만들어 나갈 거라고 하셨는데요, AI를 고객경험여정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하나 들어주신다면?강연 때 IKEA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구를 잘 만들어서 팔지만, 끊임없이 메타버스와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도입해 고객 경험을 향상며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부터는 ‘이케아 크리에이티브(IKEA Kreativ)’라는 AI 인테리어 도구를 도입했는데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자신의 공간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해당 이미지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생성해 줍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집 구조에 맞게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제거하고, 색상이나 스타일을 교체해 보며 가상으로 ‘집 꾸미기’를 체험할 수 있죠. 이 기술의 핵심은 ‘내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여기에 맞춰 이케아의 제품을 직관적으로 제안하며 해당 공간에 맞게 시각화해 준다는 데 있습니다. 공간의 용도, 면적, 원하는 스타일 등을 선택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케아 가구들을 추천받고 가상 공간에서 꾸며볼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소비자 입장에서 가구 구매라는 고관여(high-involve ment: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느끼는 관심과 중요성이 높은 상황)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정보 탐색 → 상상 → 구매’의 여정을 AI가 도와주도록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케아는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반품을 줄이는 전략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이러한 형태로, 이케아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구를 보여주고 판매하는 리테일 기업이지만, 이런 AI 기술들을 적극 도입해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들의 다양한 불편함을 완화며 고객 경험을 혁신시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Q. AI에 너무 의존하면 브랜드의 개성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대로 책에서는 ‘AI가 브랜드 서사의 다양성을 확장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근거는 무엇일까요?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들이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AI를 이용하다 보니,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너무 많이 생산되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소셜 미디어 피드에 온통 비슷한 느낌의 AI 이미지가 도배되면서 소비자는 금방 피로감과 식상함을 느끼고 있죠. 하지만, 반대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보다 더 창의적인 광고 카피 시안을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수백 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노 바나나를 이용하면, 전문 디자이너 없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그려낸 다양한 광고 이미지나 콘텐츠 이미지를 일단 초기 시안으로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최종 터치를 인간이 어떠한 방향으로 해서 차별화를 만들어 내서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Q. 끝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 AI가 마케터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디지털문화심리학자라는 타이틀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사실 일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하지만, 저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일상에서 그 누구보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내가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혁신 기술이 삶에 대한 의미를 되묻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저희 학생들이 제가 창의적인 숙제를 내주면, 다 생성형 AI에게 물어서, 비슷한 답을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몇몇 상위권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수준의 높은 창의성을 가진 결과물을 가져오는 모습을 역시 봤습니다. 그런 과정 내에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이제 AI로 인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고 퇴보할 수 있지만,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날개를 달고 새로운 성장을 이룩하겠는 생각이 든 거죠. 이 책을 통해서 AI가 가진 양날의 검 측면을 다 들여다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AI라는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말미에도 썼지만, AI가 점점 더 많은 사고의 영역을 대신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AI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열었지만, 그 편리함이 역설적으로 ‘깊은 사고(Deep Thinking)’의 필요성을 일깨웠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이 AI를 ‘우리의 존재 이유와 사유의 필요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로 바라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서로를 다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가능성이 조용히 자라난다

책 제목을 짓는 일은, 책 만드는 과정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순간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예외였습니다. 한국어 판권을 계약한 뒤 처음 붙여둔 가제가 바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은 가제가 곧 그대로 최종 제목이 된 셈입니다. 가제부터 지금의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책 머리말에서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기 때문이었어요.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날, 저자는 아버지의 출장으로 며칠 동안 다른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 집은 저녁 식탁이 곧 토론장이자 수학 교실이었습니다. 매일 식탁 앞에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아버지가 즉석에서 내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죠. 친구의 아버지는 저자에게도 문제 하나를 던졌고, 그녀는 당황한 끝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편안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자는 '가족'이라는 환경이 한 사람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수학이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매일 저녁 식탁에서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내 입장을 변호하는 데 익숙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종류의 요구는 하나의 축복이자 선물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은은한 압박을 느끼게 하는 짐이자 부담일까?"퓰리처상을 수상한 성공한 저널리스트가 된 저자는 결국 가족들 안에서 작동하는 가족의 역학, 다양한 알력과 영향력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기로 합니다. 부모의 기대 또는 간섭이 자녀의 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가 지닌 탁월함을 어떤 방식으로 자극해야 하는지,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동료인 형제자매 관계는 어떻게 서로를 평가하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지, 그리고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 가정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말입니다.처음으로 전체 원고를 다 읽은 날, 마음이 퍽 복잡해졌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어떤 책이 잘 팔릴까'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좀 더 노골적인 성공의 비밀(?)들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랐거든요. 그러나 원고는 끝내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성공에는 단 하나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고, 무엇을 얻으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고요. 그렇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해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영감을 자극하고, 지칠 때 기댈 수 있고, 서로의 날카로운 부분을 더 벼리거나 부드럽게 깎아나가면서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 이 책은 그렇게 서로를 다듬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가능성이 조용히 자라난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일로 남을 건

성수동에 가면 온갖 팝업스토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으리으리한 외형에 증정품도 많지만 나중에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팝업도 있고, 별거 없어 보이는데 의외로 재미있던 곳도 있지요.서울국제도서전에 어크로스가 부스를 낼 때마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어떤 재미난 이벤트를 만들까’입니다. 출판사가 도서전에 참가하는 목적은 우리 회사의 책을 알리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책만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많은 출판사들이 굿즈를 중심으로 준비할 때, 우리는 체험형 이벤트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크로스가 굿즈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굿즈 맛집...?)특히 2년 전 ‘어크로스 일일 교정반’은 직원들도 놀랄 만큼 반응이 좋았습니다. 사실 편집자들은 늘상 하는 일이라 ‘재미’의 관점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거든요. 독자들에게 내가 읽는 책의 문장이 이런 과정을 거쳐 다듬어지고, 내가 읽고 싶고 따라 쓰고 싶은 문장으로 완성된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준 것이 흥행의 요인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거라는 전망에 ‘내 일자리는 안전한가’라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마케팅의 영역에서 95% 이상의 업무를 AI가 처리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마케터의 임무로 남을 건,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겠지요. <AI마케터가 온다>를 만들면서 ‘이렇게까지 AI를 많이 활용한다고?’ 싶어 놀라면서도, 기술 발전에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일을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도서전에서는 어크로스도 AI를 활용한 체험형 이벤트를 마련하고 여러분을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연한 완벽주의자》라는 출간 제목을 정하기까지

《유연한 완벽주의자》라는 출간 제목을 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신도 혹시 완벽주의자?’라는 제목도 고려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처럼 허술한 사람이 무슨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엘런 헨드릭슨은 끝끝내 자신을 괜찮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경직된 완벽주의’의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나처럼 허술한 사람이…’, ‘나처럼 엉망인 사람이…’, ‘나처럼 별로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요.​이 책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사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완벽주의자들은 매 순간을 자기증명의 시험으로 느낄 때가 많은데, 시험공화국의 한국인들은 실제로 많은 시험을 겪으면서 사니까요. 또 친척 모임을 할 때마다 ‘살쪘네’라는 말을 듣는다면 ‘내가 자기관리를 못했나?’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수많은 책임과 역할에 익숙한 K장녀들도 마음속에 가혹한 비평가를 두고 있을 테죠. 내 안에 깊이 박힌 비현실적인 기준,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때마다 쏟아내는 가혹한 비난. 우리는 언제나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완벽주의자》는 자기비판, 실패가 두려워 일을 미루는 습관,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실수를 되새기는 버릇 등 완벽주의자의 대표적 성향 7가지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생각과 행동의 간단한 전환을 통해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는 ‘유연한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죠. 완벽주의와의 행복한 공존법을 알려주는 심리학 도서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거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강박’을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응시하고 있지요. 자신을 몰아붙여야 하는 세상에서 지금의 충분한 나를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당당한 선언 같은 이 책과 함께 유연한 완벽주의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노키즈존에서 노차이니즈존까지 : 예견된 차별

성수동의 한 카페가 ‘노차이니즈존’을 선언했습니다. ‘국적’을 가려 손님을 받겠다는 이 방침은 10년 전 이른바 ‘노키즈존’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느꼈던 불쾌한 예감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편집한 홍성수 교수의 책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서 저자는 줄곧 경고합니다. 누군가의 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사장의 자유’로 정당화되는 순간, 차별은 하나의 사회적 언어가 되고, 그 언어는 전염처럼 퍼져나간다고. 오늘 한국의 혐중 시위와 ‘노차이니즈존’은 바로 그 예언이 현실화 되버린거 같습니다. (너무 빠르네요...)지금 혐중집회가 열리는 거리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차별과 혐오표현의 방패로 소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고 홍성수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특정 국적을 이유로 손님을 거부하는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다음엔 장애인·여성·노인·성소수자를 거부하는 자유도 정당화되겠죠. 그건 자유가 아니라,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폭력입니다.이번 책을 만들면서 한국의 혐중 정서에 대해 자주 생각해봤습니다. 뿌리가 뭘까. 역사?라기엔 그 양상이 왜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과격하게 변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결국은 경제적 불안, 정치적 위기, 사회적 피로가 누적됐고 사람들이 손쉬운 희생양을 찾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때의 반중 정서, 12·3 계엄 사태 이후의 ‘중국인 간첩설’이 그 전형이었죠.혐오는 언제나 ‘진짜 문제를 가리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홍성수 교수는 말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같습니다. 타인을 향한 증오로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우리 스스로의 존엄이 훼손됩니다. 곧 “노차이니즈존”을 비판하는 일은 중국인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차별을 방치하는 사회는 언젠가 그 차별의 대상이 ‘나’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면... (너무 겁주는 거 같은가요...)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시민의 상식, 그리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의 최소한의 울타리라고 생각합니다.편집자 단상을 써야 하는데, 쓰다 보니 현안에 대해 칼럼이 돼 버렸네요. 어크로스 독자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견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