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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는 어떠한 인재들이 살아남게 될까?" 《AI마케터가 온다》 이승윤 교수 인터뷰

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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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는 어떠한 인재들이 살아남게 될까?" 《AI마케터가 온다》 이승윤 교수 인터뷰

25-12-05

AI 대전환 시대, 마케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마케터는 대체되고, 어떤 마케터는 생존할 것인가?

디지털문화심리학자 이승윤 교수가 제시하는 AI 시대 마케팅의 혁신 전략! 




Q. 교수님의 신간 《AI마케터가 온다》에서, 앞으로는 AI를 자신의 직업을 없앨 잠재적 ‘파괴자’가 아닌 무한한 창의성을 이끌어주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성장하는 시대, 즉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지닌 사람일까요?


AI 시대에는 어떠한 인재들이 살아남게 될까? 책을 쓰면서 계속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질문이었습니다.  2024년 3월, 산업연구원은 보고 서를 통해, AI가 얼마나 빠르게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 인가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AI 노출 지수 (어떤 직업에서 요구되는 세부 업무가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이 수행할 가능성 점수화)를 통해 추정해 본 결과, 국내 전체 일자리 중 13%에 해당는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놀랄만한 숫자입니다. 저희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챗지피티 창업자가 ‘AI가 오늘날 마케팅 에이전시가 하는 일의 95%를 처리할 것이라’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한 마디로 제 자리도 자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 기업들의 AI 활용 상황을 살펴보면, AI가 잘할 수 있는 부문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수집하거나, 반복적·규칙적인인 기반 분석 영역은 아마 빠르게 업무가 대체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란 게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철학 가치 체계를 설계하는 능력 같은 것은, AI로 빠르게 대체되기 힘들겠지요. AI는 데이터 기반 패턴은 잘 찾지만, “이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같은 존재론적 질문에는 좋은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는 창업자의 철학, 조직의 문화·철학·미션과 연결되기에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깊이 있는 수준으로 필요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AI를 적극 활용할 때 생기는 엄청난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최근, 인간-AI가 짝을 이룬 팀과, 인간과 인간으로 이뤄진 팀을 무작위 배정해 광고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수행한 실험이, 코넬 대학교에서 시행되었는데, AI와 인간이 팀을 이루면 생산성이 73% 높아졌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쉽게 설명하자면, AI를 적극 활용하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새로운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케터가 AI를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바꿔야 하는 사고방식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 AI라는 훌륭한 망치를 들고, 인간에게 Pain Point를 만들어내는 못(문제)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AI를 기술적으로 완성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도구를 가지고 어떤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어갈 것인가로 화두가 넘어갈 것으로 봅니다. 과거 AI가 하는 일들이, 효율성 증대와 같은 기능적·생산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면 점차 AI가 감성적이고, 창작적인 분야에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챗지피티로 연예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Match.com과 . 인디애나대학교 킨제이연구소(Kinsey Institute)가 2025년 발표한 연례 조사 ‘Singles in America’에 따르면, 싱글 중 AI를 데이팅에 활용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333%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생성형 AI를 이제 인간 개인의 희로애락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제는 어떤 AI 프로그램이 더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AI를 통해 고객에게 더 차별화된 정서적인 경험을 전달 할 것인가로 게임의 룰이 변해갈 것으로 봅니다. 



Q. 교수님은 지금 시대를 ‘제로클릭 시대’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소비자들이 웹페이지에서 검색을 하고 추가 클릭을 통해 원하는 결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거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마케터는 어떤 식으로 ‘발견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검색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약 80퍼센트가 검색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의 40퍼센트 가량을 AI의 답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AI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웹사이트의 직접 방문율은 대략 15~25퍼센트 감소했다고 합니다. 


제로클릭(Zero-Click), 즉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곧바로 원하는 답변을 얻음으로써, 추가 클릭을 통해 특정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런 시대에 열심히 내 홈사이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AI 친화적인 형태의 콘텐츠 생산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AI와 직접 대화하면서, AI가 선별한 맞춤화된 정보를 취하는 방식으로 검색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에서도 나오지만, 앞으로는 문답형 콘텐츠 최적화 전략을 고려해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Q.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질문을 잘 던져야 좋은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브랜드는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까요?


결국 우리는 AI와 대화를 하고 질문하면서 콘텐츠를 접할 것이기에, AI는 질문형 타이틀에 명료한 답변을 제공해 주는 콘텐츠들을 적극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좌표'로 정의하고 학습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브랜드명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고유한 가치'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호출합니다. 이제는 브랜드를 AI가 잘 찾을 수 있도록 디지털 세상의 전략적으로 좌표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자사의 핵심 강점(예: '친환경', '초경량', '가성비')과 관련된 질문-답변 세트, 사실 정보, 고객 리뷰 등을 통일된 단어와 문장으로 정렬하여 AI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브랜드를 인용하도록 학습시키는 시대가 열렸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검색'하여 정보를 찾아 클릭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마케팅의 판도는 ‘검색(Search)’에서 ‘대화(Dialogue)’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콘텐츠는 '발견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여정 속에서 ‘안내되는 경험’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제 책에서는 이를 '대화형 발견(Conversational Discovery)'이라는 핵심 가치로 제시합니다.



Q. 교수님은 디지털전환시대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고객경험여정’을 꼽으셨습니다. AI가 이 고객경험여정의 많은 단계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만들어 나갈 거라고 하셨는데요, AI를 고객경험여정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하나 들어주신다면?


강연 때 IKEA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구를 잘 만들어서 팔지만, 끊임없이 메타버스와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도입해 고객 경험을 향상며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부터는 ‘이케아 크리에이티브(IKEA Kreativ)’라는 AI 인테리어 도구를 도입했는데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자신의 공간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해당 이미지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생성해 줍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집 구조에 맞게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제거하고, 색상이나 스타일을 교체해 보며 가상으로 ‘집 꾸미기’를 체험할 수 있죠. 


이 기술의 핵심은 ‘내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여기에 맞춰 이케아의 제품을 직관적으로 제안하며 해당 공간에 맞게 시각화해 준다는 데 있습니다. 공간의 용도, 면적, 원하는 스타일 등을 선택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케아 가구들을 추천받고 가상 공간에서 꾸며볼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소비자 입장에서 가구 구매라는 고관여(high-involve ment: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느끼는 관심과 중요성이 높은 상황)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정보 탐색 → 상상 → 구매’의 여정을 AI가 도와주도록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케아는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반품을 줄이는 전략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이러한 형태로, 이케아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구를 보여주고 판매하는 리테일 기업이지만, 이런 AI 기술들을 적극 도입해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들의 다양한 불편함을 완화며 고객 경험을 혁신시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AI에 너무 의존하면 브랜드의 개성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대로 책에서는 ‘AI가 브랜드 서사의 다양성을 확장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들이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AI를 이용하다 보니,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너무 많이 생산되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소셜 미디어 피드에 온통 비슷한 느낌의 AI 이미지가 도배되면서 소비자는 금방 피로감과 식상함을 느끼고 있죠. 


하지만, 반대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보다 더 창의적인 광고 카피 시안을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수백 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노 바나나를 이용하면, 전문 디자이너 없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그려낸 다양한 광고 이미지나 콘텐츠 이미지를 일단 초기 시안으로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최종 터치를 인간이 어떠한 방향으로 해서 차별화를 만들어 내서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Q. 끝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 AI가 마케터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디지털문화심리학자라는 타이틀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사실 일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하지만, 저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일상에서 그 누구보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내가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혁신 기술이 삶에 대한 의미를 되묻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저희 학생들이 제가 창의적인 숙제를 내주면, 다 생성형 AI에게 물어서, 비슷한 답을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몇몇 상위권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수준의 높은 창의성을 가진 결과물을 가져오는 모습을 역시 봤습니다. 그런 과정 내에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이제 AI로 인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고 퇴보할 수 있지만,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날개를 달고 새로운 성장을 이룩하겠는 생각이 든 거죠. 이 책을 통해서 AI가 가진 양날의 검 측면을 다 들여다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AI라는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말미에도 썼지만, AI가 점점 더 많은 사고의 영역을 대신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AI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열었지만, 그 편리함이 역설적으로 ‘깊은 사고(Deep Thinking)’의 필요성을 일깨웠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이 AI를 ‘우리의 존재 이유와 사유의 필요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로 바라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