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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시간이 없다면 우린 생각하는 주체가 아닌 부유하는 유령에 지나지 않아요.

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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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시간이 없다면 우린 생각하는 주체가 아닌 부유하는 유령에 지나지 않아요.

25-05-09

“집에 가고 싶어..” 매일 이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이미 저는 집에 있었는데 말이죠. 해야 할 일에 대한 불안, 밖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 온종일 손에서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 저에겐 안정이 없었습니다. 만약 집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장소’와 동의어라면, 저에겐 집이 없었어요. 때문에 저는 집에 있었는데도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던 겁니다. “집에 가고 싶어.”


신간 《뇌를 위한 침묵 수업》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침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침묵’은 단지 소리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아요. 사방팔방에 주의를 빼앗기는 우리의 집중력에도 침묵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영상을 응시하는 우리의 눈에도 침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미 일어난 일을 자주 생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최악의 일을 상상하는 우리의 마음에 침묵이 필요합니다. 침묵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도구입니다. 침묵이 있어야 집을 비로소 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 미셸 르 방 키앵은 신경과학 연구자로서 과로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알고 있었지만, 그 자신이 고된 일정으로 인해 안면마비에 걸리고 맙니다. 강연과 프로젝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건강 악화는 그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우리 모두 더 나은 시작을 위해 멈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떠오르는 일화입니다. 모두가 ‘갓생’을 말하며 바쁘게, 혹은 바빠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지만 그럴수록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법은 잊어버리니까요.


이 책에서 말하는 침묵도 결국 지금 여기의 나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의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지를 알아야 다시 우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멈춤의 시간이 없다면 우린 생각하는 주체가 아닌 부유하는 유령에 지나지 않아요(집에도 있지 못하고,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유령). 철학의 통찰과 뇌과학의 설명을 결합한 이 책과 함께 지금 나에게 필요한 침묵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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